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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Hermes)를 요즘 하도 좋다좋다 하길래 설치해봤다.
평소 Claude Code를 잘 쓰고 있으면서도, "무료 모델로 도는 자율 에이전트"라는 말에 궁금해서 손이 갔다. .
결론부터 적어두면, 뭔가 미묘하게 나쁜 도구는 아닌 것 같은데 나한테는 안 맞았다.(무료 오픈라우터 에이전트를 쓴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정확히는 "안 좋다"가 아니라, 헤르메스의 동작 방식이 현재 작업 중인 환경에서는 큰 장점이 아니었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설치부터 순서대로 적어둔다.
1. 왜 깔았나
이유랄 게 딱히 거창하진 않다. 여기저기서 좋다는 얘기가 자꾸 들렸다.
자율 에이전트인데 무료 모델로도 돌릴 수 있다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설치했다. 이미 Claude Code를 매일 쓰고 있어서, 아쉬운 게 있어 갈아탄 것도 아니다. 순수하게 궁금했다.
무료로 도는 자율 에이전트가 얼마나 하나, 내가 쓰는 것과 뭐가 다르나. 소문의 실체를 내 손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한 가지 미리 밝혀두면, 나는 이쪽 도구를 폭넓게 써본 사람이 아니다. 에이전트라고는 Claude Code 하나만 붙잡고 살았다. 이 사실이 뒤에서 후기의 발목을 잡는다.
2. 설치, 선택지에서 갈린 것들
설치는 마법사가 네 가지를 차례로 물어본다. 기본값을 그냥 Enter로 넘겨도 되지만, 각 선택지가 뭘 뜻하는지 알고 고르는 게 낫다. 하나씩, 무슨 옵션이고 내가 뭘 골랐는지 적어둔다.
설치
iex (irm https://hermes-agent.nousresearch.com/install.ps1)
(1) 모델 고르기.
이 에이전트를 굴릴 기본 모델을 정한다.
Select default model:
(●) 1. tencent/hy3:free ← 무료. 기본 선택이라 이걸로 Enter
(○) 2. stepfun/step-3.7-flash:free ← 또 다른 무료 모델
(○) 3. Enter custom model name ← 유료 포함 아무 모델명 직접 입력
(○) 4. Skip (keep current) ← 안 고르고 현재값 유지 (비면 크레딧 소모 위험)
1·2번 무료 모델은 OpenRouter가 한시로 푼 것들이다(1번 hy3 무료판엔 만료일이 붙어 있는데, 이 얘긴 뒤에서). 좋은 유료 모델을 쓰고 싶으면 3번으로 직접 입력하면 된다. 나는 기본값 1번으로 Enter했다.
설정 파일엔 provider=nous로 잡혔는데, 무료 모델을 Nous가 대주는 구조라 실질은 같은 공짜다.
(2) 도구 풀 고르기.
에이전트가 쓸 외부 도구를 켜고 끈다.
Your free Nous tool pool — pick the tools to enable:
[✓] 1. Web search & extract (Firecrawl) ← 웹 검색·본문 추출
[✓] 2. Image generation (FAL) ← 이미지 생성
[✓] 3. Text-to-speech (OpenAI TTS) ← 텍스트를 음성으로
[✓] 4. Speech-to-text (OpenAI Whisper) ← 음성을 텍스트로(받아쓰기)
[✓] 5. Browser automation (Browser Use) ← 브라우저 자동 조작
각 도구 뒤에 실제로 일하는 외부 서비스가 붙어 있다(웹 검색은 Firecrawl, 이미지는 FAL 하는 식).
다섯 개가 다 켜진 채 시작하는데, 다 켜둬도 실제 부를 때만 소모되니 당장 돈이 새진 않는다. 다만 블로그·코딩엔 웹 검색·브라우저(1·5)만 쓸 거라 이미지·음성 세 개(2·3·4)는 껐다. 실수로 이미지 생성 같은 데 크레딧 새는 것도 막을 겸.
(3) 터미널 백엔드 고르기.
에이전트가 쉘 명령과 코드를 어디서 실행할지 정한다. 여기가 진짜 갈림길이다.
◆ Terminal Backend (에이전트가 쉘·코드를 어디서 실행할지)
(○) 1. Local - run directly on this machine ← 내 PC에서 직접 (편하지만 파일 직접 만짐)
(○) 2. Docker - isolated container ← 격리 컨테이너 (안전, 설치·마운트 붙음)
(○) 3. Modal - serverless cloud sandbox ← 클라우드 샌드박스
(○) 4. SSH - run on a remote machine ← 원격 머신에서
(○) 5. Daytona - cloud dev environment ← 상주형 클라우드 개발환경
(●) 6. Keep current (local) ← 현재값(로컬) 유지
클라우드·원격 계열(Modal·SSH·Daytona)은 내 로컬 파일을 다루려면 따로 연결해줘야 해서 첫 맛보기엔 번거롭다. 결국 Local이냐 Docker냐의 싸움이었다.
나는 Local을 골랐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이 자율 에이전트가 내 PC에서 직접 쉘 명령을 실행한다는 얘기다. 파일을 만들고 지우고, 명령을 돌린다. 그것도 무료 모델이 알아서 판단해서. 상상해보면 좀 아찔하다. 똑똑하지도 않은 공짜 모델이 내 폴더에서 rm 비슷한 걸 지 맘대로 판단해 실행할 수도 있다는 거니까.
그래서 겁이 좀 나서 blog repo에만 붙여 시켰다. git으로 관리되니 뭔가 잘못돼도 되돌릴 수 있다는 안전판이 있어서다. 회사 폴더나 민감한 데 근처에선 아예 안 돌렸다. 보안이 정말 걱정되면 Docker 격리로 가는 게 맞지만, 그건 설치·마운트가 따라붙어서 "가볍게 맛보기"엔 과했다.
(4) 메신저 연결.
텔레그램·디스코드 같은 메신저를 붙여 원격으로 부릴지 묻는다.
Connect a messaging platform? (Telegram, Discord, etc.)
(●) 1. Set up messaging now (recommended) ← 지금 메신저 연동 (원격 조종 창구)
(○) 2. Skip, set up later ← 건너뛰고 나중에 'hermes setup gateway'로
"recommended"가 떡하니 붙어 있었지만 2번으로 건너뛰었다. PC 앞에서 가볍게 볼 거라 필요 없다고 봤고, 봇 만들고 토큰 넣는 세팅만 늘어날 것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추천"을 무시하고 skip한 게 이 후기의 결론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뒤에서 다시 나온다)
정리하면 내가 고른 건 이렇다.
설치 마법사에서 고른 것
├ 모델 tencent/hy3:free (OpenRouter 무료, 7/21 만료)
├ 도구 웹검색·브라우저만, 이미지·TTS·STT는 끔
├ 실행 위치 로컬 (내 PC에서 직접 쉘 실행)
└ 메신저 연결 안 함 (skip)
3. 써보니, 되긴 되는데
셋업을 마치고 실제로 이것저것 시켜봤다. 솔직히 첫인상은 미지근했다. 걸린 게 네 가지였다.
첫째, 비교할 잣대가 내 안에 없었다. 좀 부끄러운 고백인데, 나는 지금껏 에이전트 도구를 Claude Code 하나만 써왔다. 그래서 Hermes가 "좋다"는 걸 느끼려 해도, 대체 뭐랑 비교해서 좋은 건지 감이 안 잡혔다. 좋다는 소문만 듣고 왔지, 정작 좋음을 판별할 자가 내 안에 없었던 거다. 이건 도구 탓이 아니라 내 경험의 폭 문제였다.
둘째, 실시간으로 붙어 일 시키는 건 그냥 Claude가 나았다. 터미널에 앉아 "이거 고쳐, 저거 확인해" 하는 식으로 써봤는데, 이 대결에선 손에 익은 쪽이 더 매끄러웠다. 반응도, 결과물도. 굳이 낯선 걸로 갈아탈 이유를 못 찾았다.
셋째, 무료 모델이 한국어를 잘 못했다. 이게 컸다. 내 작업은 대부분 한국어다. 블로그 글을 다듬거나, 한국어로 지시하거나. 그런데 기본으로 깔린 무료 모델이 한국어에서 영 힘을 못 썼다. 아무리 도구(손발)가 좋아도 정작 머리가 한국어를 버벅이면 결과가 안 나온다. 영어권 데모에선 근사해 보였을 그림이, 한국어 앞에선 급격히 흐려졌다.
넷째, UI가 깜빡였다. 화면이 자꾸 깜빡거리는 이슈가 있었다. 사소해 보이는데,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게 은근히 사람 신경을 긁는다. 작업 자체보다 깜빡임에 눈이 가는 순간이 늘었다. ㅠㅠ
4. 어? Claude Code랑 뭐가 다르지
여기서 멈칫했다. 무료 모델이 약한 걸 걷어내고 봐도, 하는 일이 Claude Code랑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좋다길래 깔았는데 왜 똑같지?" 하는 의문이 계속 남았다.
파보니 이유가 있었다. 내가 종목을 착각하고 있었다.
이 바닥 도구는 대충 두 끝 사이의 스펙트럼에 놓인다. 한쪽 끝은 Claude Code나 opencode, aider 같은 "실시간 터미널 짝꿍"이다. 사람이 옆에 붙어 대화하며 코딩하는 도구. 다른 쪽 끝은 OpenClaw 같은 "원격 상주 비서"다. 텔레그램으로 문자 하나 던지면 알아서 일하고, 예약해두면 밤새 혼자 도는 도구.

Hermes는 이 스펙트럼에서 Claude Code 쪽에 가깝긴 한데, 옵션을 켜면 원격·자율 쪽으로 쭉 뻗을 수 있는 물건이다. 즉 걔의 진짜 무기는 "원격에 던져두고 알아서 시키기"인데, 문제는 내가 그걸 정확히 Claude Code처럼, 실시간 터미널 짝꿍으로만 굴렸다는 거다. 게다가 원격 창구(메신저)는 설치 때 꺼버렸고.
비유하면, 오프로드 트럭을 사놓고 시내 주차 실력만 시험한 꼴이다. 포장도로에서야 세단이 더 편하지. 겹치는 자리에서만 붙여봤으니 "똑같다, 오히려 세단이 낫다"고 느낀 게 당연했다. Hermes를 판단하려면 진창길로 데려갔어야 했는데, 나는 그 길을 아예 안 갔다.
5. 장점표는 대부분 Claude Code도 된다
궁금해서 Hermes가 홈페이지에 내세운 장점들을 하나하나 훑어봤다. 지속 메모리, 스킬 자동 생성, 예약 실행, 병렬 서브에이전트, 브라우저 제어. 읽으면서 계속 "어, 이거 내가 쓰는 것도 되는데?" 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그랬다. 자랑으로 적힌 것 대부분이 요즘 에이전트면 다 하는 공통 기능이었다. 지속 메모리도, cron 예약도, 병렬 서브에이전트도, 웹 검색도 Claude Code가 다 한다. 어떤 건 오히려 더 성숙하게.
그러니 기능표만 나란히 놓으면 두 도구는 팔 할이 겹친다. 내가 차이를 못 느낀 게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안 다른 부분을 보고 있었던 거다.
진짜 Hermes만의 것은 딱 세 개였고, 그건 "기능"이 아니라 "구조"였다.
1. 모델을 아무거나 꽂는다. OpenRouter로 수백 개 모델, 심지어 내 컴퓨터에서 도는 로컬 모델까지 갖다 붙인다. 작업마다 다른 모델을 골라 태울 수도 있다. Claude Code는 Claude 전용이라 이 자유가 없다. 셋 중 제일 큰 차이다.
2. 메신저로 원격 조종한다. 텔레그램·디스코드·슬랙·WhatsApp·시그널로 밖에서 부린다. "폰으로 문자 보내면 집에 있는 에이전트가 일한다"는 결인데, Claude Code엔 아예 없는 축이다.
3. 오픈소스에 완전 로컬이고, 데이터를 안 보낸다. 내 기기에만 메모리가 쌓이고 텔레메트리가 없다(MIT 라이선스). Claude Code는 비공개 소프트웨어에 Anthropic 클라우드를 쓴다. 이건 "능력"이 아니라 "누가 내 데이터와 모델을 쥐느냐"의 문제다.
6. 그럼 언제 값을 하나
정리하면 Hermes는 "뇌"가 없는 몸통이다.
판단하고 도구를 부리는 손발은 갖췄는데, 정작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바깥 모델에 맡긴다. 그 모델을 대주는 흔한 창구가 OpenRouter다. 한 곳에 키 하나 꽂으면 수백 개 모델을 골라 쓰는 중개소. 그러니까 Hermes가 몸이면, OpenRouter는 아무 뇌나 꽂을 수 있는 콘센트인 셈이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걔를 언제 써야 하는지도 보인다. 두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첫째, 오픈 라우터에 쓸 만한 모델을 꽂아야 한다. 내가 시원찮았던 건 하필 약한 무료 모델을 꽂아서다. 손발이 멀쩡해도 무료 뇌가 한국어를 못하면 그림이 안 나온다.
그런데 여기 함정이 하나 더 있다. 내가 고른 tencent/hy3:free는 목록을 열어보니 만료일이 붙어 있었다. 7월 21일까지만 무료인 한시 프로모션이었던 거다. 내 설치일 기준 카운트다운이 아니라, 그냥 그 날짜에 무료판이 내려가는 고정 일정. 이런 무료 모델은 원래 홍보용으로 잠깐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고, 호출 횟수 제한도 걸려 있어 자율 에이전트처럼 도구를 연달아 부르는 용도엔 중간에 막히기도 한다.
좋은 유료 모델을 꽂으면 물론 체감이 확 달라지겠지만, 그럴 거면 "그냥 익숙한 Claude 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딜레마다.
둘째, 터미널 짝꿍이 아니라 비대면·비동기로 굴려야 한다. 메신저로 던져두거나, 예약으로 혼자 돌리거나. 걔가 Claude Code보다 나은 자리는 "옆에 앉아 짝코딩"이 아니라 "밖에서 문자로 부리는 상주 심부름꾼"이다. 야간 백업, 주간 리포트, 자리를 비운 사이 도는 잡무. 그런데 나는 그 자리를 아예 안 써봤다.
설치 때 메신저를 끈 순간, 정작 이 도구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잘라내고 시작한 셈이었다.
7. 마치며
돌아보면 내 후기는 "Hermes가 나쁘다"가 아니라 "나한테는 필요가 없다"에 가깝다. 실시간 터미널에서 비교를 하면 Claude Code가 이기는 게 당연했다.(내 로컬엔 로컬 LLM이 없다)
이 도구는 "내 모델과 데이터와 채널을 내가 쥐고 싶다"는 통제권이 중요한 사람일 거다. 로컬 모델로 데이터를 밖에 안 내보내거나, 작업마다 모델을 갈아 끼워 비용을 아끼거나, 밖에서 메신저로 에이전트를 부리고 싶은 사람. 그런 니즈가 뚜렷하다면, 오픈소스에 완전 로컬인 이 물건이 제법 답이 될 수 있다.
나한테는 그 니즈가 아직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단순하고 똑똑한 Claude Code로 돌아왔다.
하네스나 에이전트나 중요한 건 내 작업에 어울리는 툴을 골라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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